영광 모악산 불갑사 지표조사 보고서

VI.맺음말 모악산 불갑사가 백제시대 마라난타의 창건임을 알게하는 자료는 「正門漆造重創上樑記文」,「靈光郡佛甲寺萬歲樓重 修上樑文」,『佛甲寺古蹟記』,「靈光郡佛甲寺萬歲樓重修上 樑文」,「佛甲寺萬歲樓重修記」등에 한결같이 기록되어 있 으나 그 내용을 뒷받침할 당시의 유물이 전하지 않아 정확 한 실상은 알 수 없는 실정이다. 기록과 관련된 가장 이른 시기의 유물은 불갑사 사역 일원 에서 발견되는 고려후기의 청자편들과 각진국사비이다. 각 진국사가 중창하였을 때의 불갑사는 사세가 왕성했던 거찰 이었다. 현재까지 수습된 유물로 유추한다면 불갑사는 고 려 후기를 하한으로 볼 수 있다. 그 후 불갑사는 정유재란 때 전소되었고, 法稜大師가 1598 년(선조31) 법당과 諸佛殿 등을 복원하였다. 1634년(인조 12)에는 海稜스님이 중수하였고, 그후 晴峯스님이 1764년부 터 1765년까지 대웅전과 향로전 등을 중창하였다. 1802년(순조2)에는 得性大師가 만세루를 중수하였고, 1876 년(고종13) 雪竇大師의 중수시에는 당시 전북 茂長 소요산 에 있는 煙起寺에서 사천왕상을 불갑사로 옮겨 왔다. 1907 년에는 錦華大禪師가 만세루를 중수하고 사천왕 탱화를 봉 안하였으며, 1909년(순종3)에는 동파스님과 함께 대웅전을 보수하였다. 현재 불갑사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한 구역과 무각선원이 위 치한 두개의 영역으로 크게 나누어지며 사찰로 들어오는 입 구에 부도전이 위치하고 있다. 대웅전 영역에는 대웅전과 만세루, 冥府殿과 一光堂이 놓여 있는 조선시대의 전형적 인 4동 중정형 가람배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. 불갑사에 현전하는 유물과 지표상에서 채집된 유물은 조선 후기의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. 불상을 비롯하여 탱화와 부 도, 동종, 업경대 등의 유물은 주로 조선 후기에 제작된 것 으로 불갑사 중창과 관련하여 제작된 것이다. 불갑사의 불상은 복장물을 통해 제작 연대를 알아낼 수 있 었다. 대웅전 목조삼존불좌상은 석가, 아미타, 약사의 삼세 불로 造像記에는 1635년에 제작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. 이 불상들은 사각형에 가까운 얼굴, 평평한 신체, 佛衣와 형식화된 옷주름 등 17세기에 제작된 불상들의 공통적인 양 상이 나타나고 있다. 명부전에는 지장삼존을 비롯해 十王과 判官, 使者, 仁王 등 의 尊像들이 전각의 남, 동, 서벽을 따라 ㄷ 자형으로 배치 되어 있다. 명부전의 존상들은 복장조사에서 나온 佛甲寺冥 府殿地藏十王造成記를 통해 1654년에 조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. 천왕문의 사천왕상은 문을 향하여 오른쪽 뒷편에 동 방 지국천왕과 남방 증장천왕이, 왼쪽에 서방 광목천왕과 북방 다문천왕이 시계방향으로 배치된 조선후기의 전형적 인 배치법을 따르고 있다. 여기에 있는 사천왕상은 雪竇大 師가 인근의 煙起寺에서 옮겨온 것이다. 불갑사 사천왕상에 서는 묘법연화경, 대광방불화엄경을 비롯한 총 29권에 달하 는 경전이 발견되었는데, 이것을 통해 사천왕상의 연대 추 정이 가능하게 되었다. 발견된 전적들의 간행연대를 고려 할 때 사천왕상은 17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. 불갑사의 사천왕상은 조선 후기 사천왕상의 양상과는 그 전 개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. 불갑사의 불화는 18세기에 조성된 석가모니 불화인 삼세불 화와 영산회상도를 포함해 1777년에 제작된 지장시왕탱, 1892년에 조성된 치성광여래탱, 1904년에 제작된 사천왕탱 이 있다. 그리고 불갑사의 고승들을 그린 영탱 5점이 전해 지고 있다. 이 영탱들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에 걸쳐 제 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들이다. 특히 대웅전 삼세불화 는 조선 후기 법화신앙의 한 양상을 보여주며 팔상전의 영 산회상도는 丕賢, 福粲, 快允 등 조계산 지역의 대표적 佛 畵僧들이 참여한 작품들로 주목된다. 불갑사에 전해지고 있는 공예품은 동종을 비롯해 법고와 목 어, 업경대, 원패 등이 있다. 동종은 조선 후기의 전형 양식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으로 1702년 鳳林寺에서 조성하였다가 불갑사로 이운한 것이다. 법고는 1741년이라는 제작연대를 알 수 있는 묵서명이 발견 되어 주목된다. 이 법고는 제작 연대가 확실하여 다른 법고 의 편년 기준이 될 수 있다. 업경대와 원패는 조선 후기의 뛰어난 목공예술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. 불갑 사의 석조물은 6기의 부도를 비롯해 각진국사비와 설두대사 비, 괘불지주 등이 있다. 불갑사의 부도는 조선 후기에 조 성된 것들로 석종형, 8각 원당형, 고복형 부도가 있다. 각 진국사의 비는 1359년 공민왕의 명으로 세워진 것으로 원래 는 귀부와 비신, 이수를 갖추고 있었으나 현재 이수는 사라 졌고, 비신은 훼손이 심하여 비문의 일부만이 확인된다. 대 웅전 앞에 있는 괘불지주는 정면이 아닌 45도 정도 방향을 틀고 있는 특수 양식이며, 제작연대를 알 수 있는 명문이 있어 중요하다. 지표조사를 통해 채집된 불갑사의 채집유물은 자기편과 기 와편이 주류를 이룬다. 채집구역은 불갑사 전역을 4개의 구 역으로 나누고, 각 지역마다 별도의 채집을 하여 통계를 냈 다. I구역은 대웅전을 비롯한 현재 불갑사 전각이 있는 곳 으로 가장 많은 토기편과 자기편, 기와편이 발견되었다. 특 히 이 지역에서는 청자편과 분청사기편, 명문와가 가장 많 이 발견되었다. II구역은 부도전 맞은 편으로 청자편과 분 청사기편, 백자편과 일부의 명문와가 발견되었다. III구역 은 해탈교 부근으로 여기에서는 청자와 분청사기, 백자편 이 발견되었는데, I·II구역에 비해 채집된 유물의 숫자는 감소한다. IV구역은 무각선원 일대로 청자편은 발견되지 않 았고, 분청과 백자, 토기편이 발견되었다. 채집된 유물을 보면 삼국시대나 통일신라시대의 유물은 지 표상에 나타나지 않았고, 채집된 청자편은 고려시대 후기 의 청자상감편이 주류를 이루었다. 이러한 사실에서 채집유 물들은 각진국사의 중창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. 또한 청 자상감에서 분청사기로 변화하는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여주 는 자기편도 있었다. 기와편은 평기와가 주류를 이루고 막새류는 몇 점에 불과하 다. 기와에는 명문이 새겨진 것들이 있는데 명문은 造瓦, 僧辯道人, 己丑三月 등 기와 제작과 관련된 명문이 많은 편 이다. 불갑사에서는 모두 119종의 불교 전적이 발견되었다. 이처 럼 다양한 종류의 불서가 일시에 대량으로 발견되 사례는 흔치 않은 일이다. 불갑사 사천왕상에서 발견된 불교 전적 은 대부분 14세기 전반부터 17세기 중반 사이에 집중적으 로 간행되었던 것이다. 그중에서 비교적 완전한 상태인 31 종 중에 『父母恩重經』(1441년간)을 비롯한 15종은 임진왜 란 이전에 간행된 판본으로 귀중본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. 특히 전라도 고산 화암사에서 개판된 『佛說大報父母恩重 經』과 『地藏菩薩本願經』(1453년간)은 중요 문화재로 평 가되는 귀중한 유품이라 하겠다. 그리고 『月印釋譜』(1569 년중간)는 비록 후대의 중간본이나 중세 국어의 변화 양상 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. 불갑사 지표조사에서는 고려시대 이전으로 올라가는 유물들 은 발견되지 않았다. 그리고 각진국사의 중창기록과 관련해 서는 당시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청자편들과 각진 국사비만이 존재할 뿐 당시의 유구나 건물지 같은 것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. 다만 부도전 맞은 편의 넓은 구역과 해 탈교 좌측의 현재 밭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역에서 청자편 을 비롯한 분청사기와 백자편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에 건물지나 다른 시설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. 융성 했던 불갑사의 지난날의 역사를 찾으려면 이 지역에 대한 시굴이나 발굴을 통하여 보다 자세한 것을 조사해야 하리 라 본다.